셀리악병 기초
2026. 9. 25.
셀리악병은 왜 생길까요?
셀리악병은 밀·보리·호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을 우리 몸이 '적'으로 인식해, 스스로 소장 점막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단순한 소화 불량이나 밀 알레르기와는 다릅니다. 글루텐을 먹을 때마다 소장 안쪽의 융모(영양을 흡수하는 작은 돌기)가 손상되고, 이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온몸에 여러 문제가 나타납니다.
소화기 증상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은 분이 셀리악병을 '설사병'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 증상은 훨씬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소화기 증상으로는 만성 설사, 복부 팽만, 복통, 잦은 가스, 체중 감소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화기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원인 모를 철분 결핍성 빈혈, 만성 피로, 골다공증, 반복되는 구내염, 팔다리 저림, 그리고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물집성 피부 발진(포진성 피부염)이 셀리악병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이라면 성장 지연이나 사춘기 지연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단의 첫 단계, 혈액검사
셀리악병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혈액검사를 합니다. 핵심 항목은 조직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 항체(tTG-IgA)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0%대로 높아 1차 선별검사로 쓰입니다. 이때 총 IgA 수치도 함께 확인하는데, 선천적으로 IgA가 부족한 사람은 tTG-IgA 결과가 실제보다 낮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면 근내막 항체(EMA)나 탈아미드화 글리아딘 펩타이드 항체(DGP)를 추가로 검사합니다.
확진은 조직검사로
혈액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위내시경으로 소장(십이지장) 점막을 떼어 융모 손상 정도를 직접 확인하는 조직검사로 확진합니다. 성인에서는 이 조직검사가 여전히 가장 확실한 진단 기준입니다. 유전자 검사(HLA-DQ2/DQ8)는 확진용이 아니라, 결과가 음성이면 앞으로 셀리악병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배제용'으로 활용됩니다.
검사 전 꼭 기억할 것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검사 전에 미리 글루텐을 끊으면 안 됩니다. 글루텐을 먹지 않으면 항체 수치와 융모 손상이 회복되어, 병이 있는데도 정상으로 나오는 '거짓 음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제 지침은 검사 전 최소 6~12주 동안 하루 3~6g의 글루텐(식빵 한두 조각 분량)을 꾸준히 섭취하도록 권합니다. 이미 글루텐프리 식단을 하고 있다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과 검사 계획을 먼저 상의하세요.
정확한 진단이 건강한 식단의 출발점
셀리악병은 평생 글루텐프리 식단을 지켜야 하는 질환인 만큼, 시작 전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막연히 '글루텐이 안 맞는 것 같다'며 스스로 끊기보다는, 위에서 설명한 검사 과정을 통해 확실히 확인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 관리의 든든한 첫걸음입니다.